안롱뷍은 캄보디아의 북쪽 끝 오도르민쩨이에 있는 작은 군청 소재지입니다.
지난 10월, 저는 우연한 기회에 이 동네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선교사님 교회 청년들이 이쪽으로 전도여행을 간다기에 따라가서 놀다왔죠.
안롱뷍 읍 자체는 거의 볼 것이 없습니다.
최근에 들어 에어콘 나오는 커피숍이 한 두 군데 들어섰을 정도로 한적한 곳이더군요.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는... 전형적인 캄보디아 소도시였습니다.
일만 없으면 며칠 암 것도 안하고 쉬고 싶었을 정도로요...
이 작은 마을이 유명해 진 것은 캄보디아의 아픈 상처 때문입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 전역을 초토화시켰던 크메르 루즈가 베트남군에 쫓기고 쫓겨 마지막까지 버틴 곳이 이곳, 안롱뷍입니다.
폴폿이 사망한 게 1998년 4월 15일이니까, 베트남군에 쫓겨 이곳에 온 후 약 20년 동안 저항을 했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이 지역에는 크메르 루즈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크메르루즈의 리더였던 '따목의 집(Tamok's house)'입니다.
바로 이곳인데요.
아쉽게도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공원으로 꾸며놓고 돈을 받는다네요.
시내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그쪽에 거주하는 선교사님 덕분에 가 본 곳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도착한 곳은 폴폿의 화장터였습니다.
1997년에 동료들에 의해 체포되어 가택 연금 당했던 폴폿은 1988년 4월에 사망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동료들에 의해 화장됩니다.
태국으로 통하는 Choam 국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이곳은 그가 생전에 가졌던 권력과는 너무도 상반되게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래는 2달러인가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완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다 살펴보고 차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한 사람이 걸어오길래 재빨리 도망왔습니다. 돈 내라고 할까봐. ^^;;
화장터로 접어들자마자 보이는 건 캄보디아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입간판이었습니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캄보디아의 근대사는 굉장히 복잡한 세력들 간의 갈등의 역사였습니다.
왕과 그 추종자들, 민족주의자들,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사회주의를 배운 유학파 사회주의자들, 베트남에서 사회주의를 배운 국제파 사회주의자들... 이 세력들이 얽히고 설켜 캄보디아의 근대사를 만들어냈고, 그 갈등의 한복판에 크메르루즈의 집권 3년이 있었습니다.
크메르 민족의 부흥을 위해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불순한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오직 농업을 중심으로 한 순수한 크메르민족의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고, 그래서 외세에 물든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거나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도시에 살았던 '신시민'들을 집단 농장에 모아 노역을 시키면서 교화하려고 노력했고, 제대로 식량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노동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굶주려 죽고, 과로로 죽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몰아낸 것이 베트남군이었고, 그 베트남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프놈펜을 잃은 크메르루즈가 최후까지 저항했던 곳이 바로 이곳 안롱 뷍입니다. 그리고 그 크메르루즈의 최정점에 이곳에서 화장된 '폴폿'이 자리잡고 있었구요.
간판을 지나 20미터쯤 들어가면 폴폿의 화장터가 보입니다.
한 때 캄보디아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의 화장터라고 보기에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곳이 폴폿의 화장터입니다.
말뚝을 박아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나무로 만든 제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두 세개의 신단(shrine)이 뒤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초라한 화장터를 보면서 허무하다...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뭐 크고 근사한 무덤이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만은 수백만의 삶을 쥐락펴락했던 인물의 최후가 겨우 이거라니... 싶었습니다.
화장터를 나와 길 가이 기다리고 있던 그 분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분은 국경 옆에 있는 카지노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하시더니 카지노로 보이는 건물을 지나 국경 바로 앞까지 차를 몰고 가시더군요. 아, 국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려고 하시나보다..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갑자기 차는 우회전을 했고, 구불구불한 마을 길을 지나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어? 이쪽에 또 카지노가 있는건가? 싶어 휴대폰을 꺼내 구글 맵을 켰습니다. 그리곤 깜짝 놀랐죠.
저희는 이미 캄보디아 국경선을 넘어 태국 땅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러다 국경에서 잡히는 것 아냐? 하던 찰라 갑자기 다시 캄보디아 땅으로,
그리곤 안도할 틈도 없이 다시 태국 땅으로 들어서더군요. 엄마야~~ 하고나자, 다시 차는 캄보디아로.... 한참을 그렇게 불법월경을 반복하던 차가 우회전을 하더니 멈춰섭니다.
차가 도착한 곳에는 '안롱뷍 평화센터'라는 간판이 있었고, 지도 상으로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식당에서 식사는 못해봤습니다. 이미 밥을 먹고 길을 나서서요.
대신 확 뚫린 경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왜 크메르 루즈가 여기서 최후까지 버틸 수 있었는지 익히 짐작이 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제가 서 있던 곳 바로 앞은 완전 높은 절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군이 절대 기어 올라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구요. 탱크나 장갑차로도 절대 올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뒤편은 바로 태국 국경, 지도로 거리를 재보니, 식당에서 약 332m만 가면 태국 국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길을 따라 이곳으로 오려면 태국 국경을 넘지 않고는 절대 쉽지 않은 곳... 말 그대로 천혜의 요새였던거죠.
경치에 취해 한참 사진을 찍고, 구경하다가....
평화센터로 향했습니다.
앞서 가시는 저 분이 맘씨 좋은 이 동네 선교사님..
예전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창문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렌즈를 철조망 구멍에 맞춰 내부를 촬영해 봤습니다.
평화센터 내부는 생각보다 간소했습니다.
이게 과연 사령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렇게 짧은 여행을 마쳤습니다.
아, 평화센터에서 돌아가는 길에 카지노에 들러 커피 한잔을 하려고 했으나.... 사람은 많고, 먹고 싶은 건 없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절대.. 안땡겼습니다. 궁서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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